국가대표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우리가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공동의 책무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하여 금메달을 확정 지은 이 선수는 기뻐하기는커녕 고개를 숙인 채 곧장 탈의실로 향했다. 선수는 이어지는 시상식에서도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했으며, 국가가 흘러나오자 어떻게든 가슴팍에 달린 일장기를 가리기 위해 월계수 나무를 가슴으로 들어 올렸다. 바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이다(2017, 김소영). ‘손기정’선수는 일제강점기 시절 단순히 우리나라를 대표한 것이 아니었다. 이때의 ‘국가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의 ‘혼(魂)’이자, 국민이 억압받던 ‘한(恨)’을 대표하는 아주 무겁고도 심오한 자리였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슴 아픈 역사를 겪어왔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있어서‘국가대표’가 상징하는 바는 아주 뜻깊고 단순한 단어의 의미를 넘어선 정신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는 오래전부터 ‘국가대표’와 관련해 크고 작은 소음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 프로 농구 리그(KBL)에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센터로 맹활약하며 12년만의 값진 금메달을 따낸 ‘김종규’ 선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창원 LG 세이커스팀 소속인 김종규 선수는, 지난달 부산 KT 소닉붐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으로 4주간의 회복과정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 사이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 출전할 한국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서 자연스레 ‘김종규’ 선수의 이름은 빠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김종규’ 선수가 애초에 발표된 부상 회복 기간보다 2주나 빠른 시기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부상 복귀 이후 매 경기 30분 이상의 긴 경기시간을 소화하자, 국가대표팀 차출을 피하고자 일부로 소속팀과 부상 회복 기간을 과장해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되었다(2017, 이웅희). 이 논란은 현 LG 세이커스 현주엽 감독이 해명을 하고, ‘김종규’ 선수가 대표팀에 재승선 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현주협’ 감독과 ‘김종규’ 선수가 일부 스포츠 팬들의 거센 비난과 모욕들을 들으면서 큰 상처만을 남기게 되었다. 이러한, 대표팀 승선에 관한 논란은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 논란에 앞서 올해 8월에는 여자 배구 선수 ‘이재영’ 선수가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 있다.

  ‘이재영’ 선수는 부상을 이유로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 대회에 불참하였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김연경’ 선수가, 19회 아시아 선수권대회를 위해 출국하면서 ‘이재영’ 선수를 거론하였고 이것이 큰 논란이 되어 많은 논쟁이 일어났다. 이때 당시 김연경 선수는, 이재영 선수가 소속 팀에서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모두 소화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대표팀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것이 아니냐, 결국 제재는 없고 고생하는 선수는 계속해서 고생한다고 언급하였다. 이후 이재영 선수는 많은 스포츠 팬들의 질타를 받았고 소속팀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이 이재영 선수가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상황까지 나왔다(2017, 신화숙). 이러한 사건의 큰 문제점은 사건의 진위(眞僞)와 관계없이 논란의 중심이 된 선수들이, 스포츠 팬 그리고 국민들의 무조건 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이재영’ 선수와 관련된 인터넷 동영상에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과, 인신공격이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014년, 공익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우리나라 농구 국가대표 센터 ‘하승진’ 선수는 이러한 거센 국민들의 비판에 울분을 토한 적이 있다. ‘하승진’ 선수는 우리나라 최장신 센터로서, 국가대표팀에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2년 동안 공익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며 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승진’ 선수는 국가대표팀에 승선해야 할 선수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하승진’ 선수가 당시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고 있었던 현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대표팀 승선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고, 유재학 감독 또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하승진’ 선수를 국가대표로 차출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2014, 윤희성). 하지만, 일부 스포츠 팬과 누리꾼 들은 이 과정을 듣고, ‘하승진’ 선수를 국가대표를 기피하는 선수로 취급하였으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이러한 누리꾼들의 비난의 화살이 애꿎은 ‘하승진’ 선수의 누나이자, 전 여자 농구 국가대표였던 ‘하은주’ 선수에게 향하자, ‘하승진’ 선수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글은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대표팀 하차와 관련하여, 기사들이 의도치 않게 논란을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가 지켜만 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말과 함께 시작하였다. ‘하승진’ 선수는 2년 동안 공익근무를 하며 허송세월하였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이 어떠한 생활을 하였는지 상세히 설명하였다. 이어서, 자신이 대표팀에 선발되었음에도 하차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고, 그동안 ‘하승진’ 선수와‘하은주’ 선수에게 향한 거센 비난들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2014, 곽현).

  ‘하승진’ 선수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도 그렇지만, 당시‘하승진’ 선수의 글에서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하승진’ 선수의 누나 ‘하은주’ 선수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하은주’ 선수는 중학생 선수 시절 너무 많은 혹사를 당한 나머지 15살이라는 나이에 연골조직이 모두 닳아, 선수 생활은 물론 일반인으로도 평범하게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게 된다. 그 때문에 당시 ‘하은주’ 선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 위해 전학을 결심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하은주’ 선수의 몸 상태에 대한 위로는커녕 ‘선수 포기 각서’라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각서를 쓰게 된다. 학교 측이 다른 학교에서 ‘하은주’ 선수가 상대 선수로 뛰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른, 이기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학교 측에서 농구협회에 제출한 ‘선수 포기 각서’는 놀랍게도‘하은주’ 선수의 선수등록을 말소시켜버리고, 영원히 한국 농구계에서 퇴출시켜버리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하은주’ 선수를 치료해주고 다시 운동을 시키겠다는 제안이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들어왔고, ‘하은주’ 선수는 일본에서 완벽히 부활하여 일본 국가대표에까지 발탁되게 된다.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면 더욱 좋은 환경과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결국 ‘하은주’ 선수는 자신을 홀대했던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하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2003, 김상호).

  물론, ‘하승진’ 선수의 글 또한 선수를 대변하는 글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나라는 ‘하은주’ 선수가 부상을 당하고 선수 생활을 포기할 때, 토사구팽(兎死狗烹)하듯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선수 포기 각서’라는 보복성 조치까지 취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하은주’ 선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선수로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러한 ‘하은주’ 선수에게, 과연 우리나라가 당당히 국가를 위해 국가대표로서 헌신(獻身)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싶다.

  국가를 위한 희생(犧牲)과 헌신(獻身),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국가라는 울타리가 없다면 우리도, 선수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희생(犧牲)과 헌신(獻身)이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만 너무 과도하고 부당하게 강요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 많은 국가대표는 여전히 10여 년 전 ‘하은주’ 선수가 받은 대우만큼이나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팬들이 대표팀을 기피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국가대표의 ‘가치’와 ‘상징’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국가대표란 단순한 국가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자리이고, ‘가치’를 해친다는 것은 곧 우리나라 국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를 계산적으로 이용하고, 기피하는 행동은 국가대표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차적인 문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차적인 문제와 직결된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책임은 그 누구보다 크다. 하지만,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책임은 비단 프로 스포츠 선수뿐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 특히, 스포츠 관련 기관, 협회 그리고 스포츠 팬들의 역할은 프로 스포츠 선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애국심’이라는 명목 아래 국가대표의‘가치’를 지키는 일과 그와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는 표면적인 문제점들을 전부 책임지고 감내(堪耐)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 기피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한다면, 그 논란의 대상이 되는 선수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자세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지금부터 현재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그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사진 1> 1936년 베를린 올림픽, 1등으로 들어오고 시상식에서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손기정’ 선수의 모습.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국가대표란 단순한 의미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출처>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615762&memberNo=27850685

  1. 국가대표의 ‘가치’는 우리가 모두 책임지고 지켜나가야 한다.

  국가대표의 ‘가치’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크게 협회, 국민, 선수 세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문제점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1) 무능력한 연맹과 협회들.

  올해 8월, 허재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농구 국가대표팀은 국제농구 연맹 아시안컵에서 3위에 오르는 성적을 거두었다.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광복절에 일본을 꺾었고 필리핀을 32점 차이라는 큰 격차로 대파하는 등 예상과 달리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주어 많은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키가 190cm를 훌쩍 넘는 12명의 농구 대표선수 중 비즈니스석을 받은 선수는 오직 3명이었다. 대한농구협회가 2m 이상의 신장을 가진 선수에게 제공하던 비즈니스 티켓을, 재정 악화를 이유로 2m 5cm로 기준을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13명의 국가대표 중에 대한농구협회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한 선수는 2m 6cm의 신장을 가진 김종규 선수가 유일했다. 결국, 키가 2m에 달하는 9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에 어떻게든 몸을 꾸겨 넣어, 15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두 번이나 버텨내야 했다. 여자 배구선수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체코에서 열린 그랑프리 결선에 12명의 대표팀 중 단 6명의 선수만 비즈니스석에 배정했다. 이전에도 대한배구협회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선수들이 2014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금메달 축하 회식을 김치찌개로 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의 큰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2017, 박린).

  2015년 국제농구연맹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대표팀의 처우는 더욱 심각했다. 당시 비즈니스석의 신장 기준은 지금보다 5cm 작은 2M였지만, 대표팀이 중국 창사(長沙)로 향할 때, 비용을 아끼기 위해 2M 신장이 넘는 최준용 선수와 강상재 선수의 신장을 199cm로 표기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선수들에게 재정이 어렵다는 핑계로 훈련복도 지급하지 않았으며, 세탁비가 지급되지 않아 선수들은 호텔 화장실에서 자신의 유니폼을 직접 빨아야 하는 지경까지 만들었다(2015, 박효진).

  이렇게 우리나라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번 달에 남자농구 대표팀의 항공권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하여 필자가 기쁜 마음으로 클릭했지만, 비즈니스석으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국가대표 선수의 각 소속 구단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꾸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할 말을 잃은 채 기사를 내렸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 시즌 경기 중, 국가 대표급 기량을 가진 소속팀 선수를 차출시키는 것도 큰 불만인 구단에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까지 부담토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처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진 2> 15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이코노미석에서 버틴 남자 국가대표 농구 선수들과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김치찌개로 회식을 한 여자 국가대표 배구선수들의 모습.
<출처> http://m.kmib.co.kr/view.asp?arcid=0923262168, http://news.joins.com/article/20465056

  이러한 우리나라 협회의 국가대표답지 못한 열악한 대우는,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데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국가대표는 영광스러운 자리이며 때로는 선수의 명성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언제든지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만큼 프로선수들이 국가대표에 승선할 때 감수하는 위험 또한 크다는 것이다. 그만큼, 협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물론 국가대표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국가대표에 승선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잘못된 것이지만, 이러한 대우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2)  국내 스포츠 팬들의 도를 넘은 비난.

  지난달 8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와 한국의 축구 평가전이 펼쳐졌다. 결과는 2-4로 한국이 완패하였다. 경기결과를 떠나서 암담한 경기력으로 일관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은 국민들의 많은 원망과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날 국민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선수는 바로 수비수 ‘김주영’ 선수였다. 김주영 선수는 후반 10분 첫 자책골을 기록하고, 2분여 만에 다시 한번 자책골을 넣으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바로 우리나라 일부 국민들의 이어진 행동이었다. 경기 직후 ‘김주영’ 선수의 SNS 계정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욕설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당시 ‘김주영’ 선수의 SNS 계정은 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던 가계정이었지만, 평가전 경기를 보고 분노한 일부 스포츠 팬들이 무턱대고 SNS에 방문하여 글을 남긴 것이다(2017, 최용재). 소위 말하는 이러한 국민들의 ‘SNS 테러’는 이번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카타르와 열렸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경기 중 카타르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결국 퇴장까지 당하며, 대표팀 패배의 큰 원인이 되었던 ‘홍정호’ 선수의 SNS 계정에는 국민들의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졌다. 일부 국민들은 ‘홍정호’ 선수가 당시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여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하였다(2016, 이종호).

  이러한 국민들의 분노는 비인기 종목도, 성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배구 선수들이 네덜란드를 만나 패배한 가운데, 이날 가장 부진했던 레프트 공격수 ‘박정아’ 선수는 국민들의 SNS 테러 표적이 되었다. 당시, ‘박정아’ 선수는 우리나라 여자 프로 배구리그에서 공격 성공률(34.42%)로 국내 선수 중 1위를 기록하고, 소속팀 IBK기업은행을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2016, 이영실). ‘박정아’ 선수는 예선전부터 빼어난 활약을 해냈지만, 국민들은 패배한 경기의 책임을 모두 ‘박정아’선수에게 물었다. ‘박정아’ 선수는 지속되는 악플에 결국 SNS 계정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3> 러시아와의 평가전 경기 직후 ‘김주영’ 선수의 SNS 가계정에 남겨진 비난들과 리우올림픽에서 패배하고 남겨진 악플에 결국 계정을 폐쇄한 ‘박정아’ 선수의 SNS 계정 <출처> https://www.instagram.com/p/BZ9xzbxggok/?taken-by=fcseoul_sh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600&key=20160817.99002103133

  어느 날부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동이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올랐으면 이 정도의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고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행동들이 선수들에게나 우리들에게 득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모두의 발전을 위한 비판(批判)은 쓰지만 달게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쏟아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비난(非難)을 넘어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다는 점을 볼 때, 분명히 고쳐져야 할 문화임에는 틀림없다. 프로 선수들이 많은 것을 감수하고 국가를 위해 대표팀에 승선하였는데, 정작 돌아오는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맹목적인 비난이라고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대표팀 승선을 꺼려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 전에, 선수들의 승선을 가로막고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혹시 우리 자신들은 아닐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3) 국가대표 선수들의 태도.

  아무리 환경의 영향이 크다 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들이다. 모든 논란과 결정의 일차적인 원인은 그들의 행동과 판단에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로서 대우받으려면 그들 또한 ‘국가대표’답게 행동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보기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다.

  올해 9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란과의 9차전에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골 결정력에서 큰 문제점을 보이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조 2위 자리는 지켰지만, 본선행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 속에서, 주장 ‘김영권’선수가 실언을 하면서 큰 논란이 되었다. ‘김영권’선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경기장 관중의 함성이 너무 커서 선수들끼리 의사소통이 안 되었고, 그 때문에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의 대답을 했다(정지훈, 2017). 가뜩이나 경기내용에 실망한 국민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국가대표의 주장을 맡은 ‘김영권’ 선수가 이러한 실언을 하자,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후, ‘김영권’선수가 의도와 다른 의미 전달에 대해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국가대표라면 언제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과 발언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김영권’ 선수에게 큰 아쉬움이 남았다.

  ‘국가대표’를 자신들의 병역의무 해결수단으로 바라보는 선수들의 태도 또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표’의 가치를 훼손시킨 아주 극단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병역의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또 최적의 기회이다.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가 메달을 위해 넘어야 할 강적들이 많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만이 우리나라의 유일한 적수이다. 하지만, 일본마저 정규리그에 집중하는 이유로 대부분 사회인 야구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아시안 게임에 출전을 한다. 그러다 보니,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우리나라 야구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목을 맨다. 심지어 몇몇 선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부상까지 숨겼다는 의혹까지 떠돌았다. 결국, 군 미필자 위주로 팀을 꾸리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한국 대표팀은 당시 해외파가 총출동한 대만에게 패해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때의 대표팀이 프로 선수가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던 ‘일본’에도 패배했다는 것이다(2017, 배영은).

  이러한 선수들의 행동들이 결국 국민들에게 ‘국가대표’의 이미지로 남고 중첩되어 비난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선수들 또한 더욱 더 ‘국가대표’의 자리에 책임감을 느끼고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2. 앞으로 우리가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위에서 살펴보았듯, 국가대표의 ‘가치’란, 우리나라 프로선수가 모두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 아닌, 우리가 모두 책임지고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정체성”이다. 특히, 협회, 국민, 선수 세 박자가 모두 조화를 이루고 함께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국가대표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發現)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들이 제시되고 있다. 몇몇 프로리그는 국가대표차출을 거부할 경우 프로리그에서 1년 동안 활동을 제재하는 방안도 실행하고 있으며, 야구는 병역 혜택을 받으면 5년 동안 국제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제도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들은 임시방편(臨時方便)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발적인‘책임감’ 이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의 ‘가치’를 지키는 길이다. 우리나라 농구 협회와 배구 협회에 막대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 그들의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면 재정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당장 우리나라 국가 대표선수들의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비즈니스석으로 바꿔줄 수는 있어도, 결국 국가대표의 ‘가치’를 훼손하는 추가적인 문제들이 재발할 것이라는 것이다. 국민과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제도적인 억압으로 인해 지켜지는 ‘가치’는 진정한 ‘가치’라고 인정할 수 없다.

  협회, 국민, 선수가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각 협회들이 재정이 부족하다는 상황은 이제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그 제한된 예산을 국가대표를 위해 최대한 효과적으로 쓰고 아낀다면, 맹목적으로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올해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표팀에게 충분한 비즈니스 항공권을 제공하지 않은 배구협회는 7월, 서울 강남 호텔 리베라에서 개최된 오한남 신임 회장의 취임식에 고작 100여 명의 참석자를 수용하고도, 약 1,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들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김종현, 2017). 이즈음 되면, 국민들이 정말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모든 국가대표팀에게 비즈니스석을 제공하지 못하는 ‘재정적인 현실’ 자체가 아닌, 이러한 재정적인 상황을 유발하는 협회의 결여된 ‘책임감’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대표들의 부진에 대해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을 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의 비판은 국가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특정 선수를 향한 비판(批判)이 아닌 비난(非難)은 서로에게 득이 될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질타를 받은 선수가 경기에서 자신감을 잃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자신감 하락은 경기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국가대표의 부담감을 공감해주고, 그들의 실수와 부진을 따뜻하게 격려해 줄 수 있는 국민들과, 이러한 따뜻한 격려를 받고 자신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선수들이 노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태도 또한 그들의 노력이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러시아와의 평가전 직후 ‘김주영’ 선수의 2번의 자책골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국민도 있었지만, 그의 자책골보다는 이후 3번째 실점을 하는 장면에서, 러시아 선수를 따라가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김주영’ 선수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진정한 팬들도 많았다. 두 번의 자책골을 기록하고 이후,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 지는 잘 안다. 하지만, ‘김주영’ 선수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면 이러한 팬들의 비판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안양 KGC 프로농구팀 소속 ‘양희종’ 선수의 사례는, 프로 선수가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아주 좋은 예시이다. 양희종 선수는 올해 11월 6일, 코뼈를 골절당하는 중상을 입으며 3달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혀졌지만, 마스크를 제작해서라도 국가대표팀에 승선하여 기여하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였다(이준목, 2017). 이러한 ‘양희종’선수가 설사 국가대표팀에서 부진한다 하더라도, 그를 무턱대고 비난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프로선수들이 부상을 안고도 대표팀에 무조건 승선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양희종’ 선수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결과가 처참하더라도, 국가대표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본 국민들이라면, 그들에게 비판은 할지 언정 비난은 하지 못할 것이다.

3. 끝맺으며.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가 갖는 의미를 ‘손기정’선수를 통해 되새겨 봤고. 현재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는 모습들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협회, 국민, 선수가 지녀야 할 ‘책임감’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 선수의 대표팀 승선을 위한 귀화 과정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가치’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협회, 국민, 선수가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 ‘태극문양’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허용되지 않던 민족의 한이 서려 있던 자리였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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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4T17:13:08+00:00